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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 a little about my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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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엄마의 도쿄: a little about my mother
정가 13,800원
저자 김민정
수량 수량증가수량감소
발행일 2014년 7월 30일
형태사항 256쪽|137×200mm(무선)
ISBN 978-89-5872-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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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엄마 같지 않은 엄마’로 불렸던 한 여자의 정겹고 소담스런 도쿄 이야기

서울 음악다방의 매력적인 DJ, 삼대가 모여 사는 시골 부잣집 며느리, 아이 둘을 키워낸 당당한 싱글맘, 신주쿠 심야식당의 살뜰한 여사장…… 짧은 인생에 찾아온 사건들은 유난히 진폭이 컸고, 그만큼 강렬했다. 영화 같은 삶을 산 엄마였다. 엄마의 특별했던 인생을 기록하는 것은,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엄마의 삶은 그렇게 한 편의 이야기가 되었다.

엄마가 없는 도쿄는 아무리 번잡스러워도 텅 빈 느낌이다. 어디를 가든 엄마를 찾는다. 이제 어디에도 엄마는 없지만 도쿄의 모든 곳에 엄마의 숨결이 남아 있다. 그 흔적을 찾아 도쿄를 걸어본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일은 그렇게 엄마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것에서 시작되었다.(6쪽)

열여섯의 도쿄, 마흔의 도쿄

1992년, 가족은 일본으로 건너왔다. 저자에겐 아빠의 죽음만큼이나 갑작스러운 일본행이었다. 열여섯의 딸은 남들보다 더 빨리 철이 들었고, 마흔의 엄마는 남들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 뒤돌아보니 도쿄에는 ‘엄마의 도쿄’ 그리고 ‘나의 도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추억이 쌓였다. 이 모녀의 스무 해 도쿄살이를 담은 책이 『엄마의 도쿄』다. 도쿄가 낯선 도시에서 편안한 일상의 배경이 되어가는 동안, 엄마와 딸이 즐겨 찾는 밥집, 카페, 빵집, 옷 가게, 재즈 바, 잡화점, 거리도 늘어났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선물해준 장소들은 하나같이 소란스럽지 않은 맛과 멋을 보여준다. 애써 위로하지 않고 말없이 서로를 보듬어온 엄마와 딸의 선택답다.

엄마의 심야식당, 파인트리

엄마가 골든가의 바bar 가르강튀아에 가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때로는 우연이 운명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가르강튀아는 일본의 지성으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가 대학교를 중퇴하고 문을 연 가게다. 1970년대 골든가의 술집은 소위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아지트였다. 과거 암시장과 매춘가로 쓰였던 어둠의 공간이라 지금도 골목은 좁고 지저분하다. 그런데 이곳에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연극을 올리는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었다.

가르강튀아를 통해 골든가를 알게 된 엄마는 직접 바를 열었다. 술도 못 마시는 사람이었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박함 뒤에는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던 젊은 날의 향수가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건지도.

파인트리ぱいんつリー. 엄마의 가게는 심야식당이었다. 손님들은 배가 고파 찾아왔고, 사람이 그리워 찾아왔다. 골든가를 배경으로 한 만화 『심야식당』에 등장하는 따뜻한 주인장처럼, 엄마는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으로 손님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다. 술 한 잔을 손님 앞에 놓아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도 했다. 신주쿠 골든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유일한 한국인 사장이었던 엄마는 ‘영young 상’으로 통했다.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엄마는 그 이름처럼 영하게 쉬지 않고 일했다.

엄마의 노고는 나와 내 동생을 키우고, 손님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데 쓰였다. 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편하지만은 않았으리라. 엄마는 요즘 말로 ‘감정 노동자’였다. 그리고 단 하루도 쉴 수 없었다. 엄마는 그렇게 일했고 그렇게 약해져갔다.(123~124쪽)

끽다실 르누아르에서의 위안

엄마에게 담배는 남편의 빈자리로 인한 헛헛한 속을 달래고, 새벽마다 가게를 오가는 고된 일과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엄마의 손에는 타르 14밀리그램, 니코틴 1.2밀리그램이 들어 있는 독한 담배, 세븐 스타가 들려 있었다. 커피도 각별한 존재였다. 일본에 온 후로는 꼭 끽다실 르누아르 커피점만을 고집했는데,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 작은 컵에 담긴 진한 커피를 마시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곤 했다. 끽다실 르누아르는 엄마를 온전히 위로하는 공간이었다.

의사는 엄마의 입천장에 암세포가 퍼지고 있다고 했다. 엄마의 희망이었던 파인트리 때문인지, 엄마의 벗이었던 담배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저자가 첫아이를 낳은 병원에서 엄마는 암을 선고받았다. 의사는 기적이 아니고서는 방법이 없다고 했지만, 엄마와 딸은 그 기적이 그들에게 찾아올 거라 믿었다. 엄마는 환자가 아닌 것처럼 바람을 쐬고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셨다. 딸은 병원을 오가며 아이를 키우고 일을 했다. 일상을 지키는 것만이 희망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소원대로 장례는 성당에서 조용히 치러졌다.

심해지는 고통을 보면서 엄마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도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틀고,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노래를 읊조렸다. 그 시간은 하늘이 우리에게 준 마지막 축복이 아니었을까.(149쪽)

여자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여자라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엄마의 유품에서 발견한 일기장은 아빠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딸은 일기장에서 강인한 엄마가 아닌 연약한 여자를 처음으로 발견한다. 늘 새것 같던 엄마의 노란 플랫 슈즈 안쪽은 닳고 닳아 찢어져 있었다는 것도, 늘 그 자리를 지킬 것 같던 엄마의 열쇠고리에 ‘I will fly away’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엄마에게 떨어진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나누어 지기 위해 노력했던 조숙한 딸이었지만, 저자는 엄마의 새로운 연인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녀는 처음부터 절반의 이해로만 맺어질 수밖에 없는 사이인지 모른다. 엄마를 기억하는 섬세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끝맺으며 저자는 무척이나 솔직한 고백을 꺼내놓는다.

엄마라는 LP판 중 나는 앞면의 엄마밖에 모른다. 뒷면에는 내가 모르는 엄마의 순간들이 노래로 담겨 있을 것이다.(255쪽)

『엄마의 도쿄』는 엄마를 긍정하고 또 부정하면서 자란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나이를 먹어가는 모든 여자는 결국 엄마를 긍정하고 또 긍정하며 지낼 수밖에 없다는 걸 세상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에겐 딸이 꼭 필요하다’는 그 말이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게 아닐까.

 

프롤로그

 

1부. 도쿄살이 스무 해의 맛

이방인의 소울 푸드

믿음과 침묵 사이

담배와 커피의 나날

16평분의 애정과 간식

최상급 교훈

타국의 엄마 손맛

위로가 필요할 때

보물찾기의 묘미

부딪치며 사는 삶

작은 날갯짓과 몸부림

엄마를 위한 칼로리 폭탄

엄마 입의 발견

엄마 힘의 원천

 

2부. 도쿄살이 스무 해의 공간

꿈꾸는 거리

엄마의 연인

질서와 무질서의 향연

그대의 등이 하는 말

기억의 저편

도심 속의 오아시스

엄마의 심야식당

함께라는 기적

자유가 있는 언덕

세 여자의 봄날

커피와 음악의 나날

 

3부. 도쿄살이 스무 해의 흔적

100년을 이어온 은은한 향

소똥 냄시의 추억

따뜻한 발자국

혼자만의 시간

인생의 무게가 남긴 것

볼 때마다 뜨겁고 볼 때마다 외로운

돌아오지 않을 연인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엄마의 단발머리

Someday I Will Fly Away

 

4부. 도쿄살이 스무 해의 여행

메마른 땅에 돋아난 이파리

그 존재만으로 위로

동경의 끝

나 홀로 묵주 기행

여자, 엄마

치유의 바람

마지막 여행

All About My Mother

 

에필로그

 

김민정

1992년, 열여섯 나이에 도쿄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가을 어찌나 비가 많이 내리던지, 우울한 도쿄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이 그 시절의 꿈이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독특한 옷차림의 젊은이들, 보랏빛으로 머리를 물들인 할머니, 현관에서만 잡담을 나누고 돌아가는 이웃집 아주머니 그리고 늦가을의 신주쿠 교엔新宿御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는 자칭 신주쿠 마니아다.

타향살이의 고독을 견디게 해준 아베 고보安部公房와 데라야마 슈지寺山修司의 책을 번역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세이를 쓰는 것이 꿈이다.

게이오 대학교 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 생계를 꾸렸고, 결혼과 출산 후에는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에서 한일 대중문화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집필 중이다. 틈틈이 한국의 여러 미디어를 통해 일본 문화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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